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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 지휘자(조익현)
기사작성 : 아브라함   2017-11-27 14:26

지휘자들의 해석법 탐구 (22)

합창지휘자 조익현 편

 

대담/ 김규현(본지주필,

한국음악비평가협회 회장, 작곡가)

 

1. 대학에서 작곡 전공을 하셨는데 합창 지휘를 한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사실 작곡을 공부하다가 서울 음대에 작곡이론과가 생겼다는 말을 듣고 이론과로 입학을 하였습니다. 작곡이론과는 음악학과 였습니다. 작곡에 관한 이론만을 공부한다기 보다는 음악을 학문으로 다루는 학과였지요. 음악관련 서적들을 많이 읽었습니다. 음악 심리학, 음악 현상학, 음악 사회학, 음악 미학과 철학 관련 서적들입니다. 그러나 음악을 하려는 동기가 실재의 음악이 좋아서 였고, 입학사정 당시 백병동선생님의 지원동기를 묻는 질문에 지휘자가 되고 싶어 왔다고 할 정도로 지휘에 마음을 많이 두었습니다. 특히 어린시절부터 합창을 해 왔고 특히 고등학교 때에는 중창단을 조직하여 활발한 활동을 하여 합창의 매력에 푹 빠져 있던 터라 오케스트라 지휘보다는 합창 지휘를 해야겠다는 마음을 갖고 있었습니다.

 

2. 연주회 성격과 연주 단체의 수준에 따라서 선곡 방식과 내용이 다르겠지만 시립합창단을 중심으로 한 선곡법을 듣고 싶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연주프로그램은 연주 단체의 수준, 연주의 성격, 관객의 부류 등에 따라 매우 달라집니다. 먼저 시립합창단의 지휘자는 시립합창단의 존재이유에 대하여 잘 이해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시마다 설립 이유가 조금씩은 다르겠지만, 시립합창단은 시의 홍보대사의 역할과 시민들에 음악문화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보통 홍보대사는 사회의 저명한 사람들이나, 대중적으로 인지도가 있는 영화배우나 가수, 탤런트들이 하지요. 시립합창단도 이 분야에서는 최고의 인지도를 자랑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전문합창계에서 지명도가 있어야 하려면 프로들이 할 수 있는 전문 합창을 하여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세계에 내어 놓아도 손색이 없는 그런 연주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하지요. 저의 1차 목표는 그런 수준 높은 최정상의 전문 합창 연주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고, 두번째는 시민들과 좀더 가깝게 소동할 수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두개의 균형을 잘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에서의 초연 곡들을 많이 연주하고 있습니다.

 

3. 선곡한 악보를 연주회 전에 어떤 방법으로 연구하고 작품이 가지고 있는 표현성을 어떻게 소리로 확인 하는지 그 연구과정을 알고 싶습니다.

 

연주 프로그램은 전체가 하나의 예술 작품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엇이 예술작품이냐를 논의 하는 것은 이 지면에서 말하기 싶지 않지만, 예술이라는 것은 먼저 평범하지 않다는 것이죠. 누구나 다 알고 있거나 할 수 있는 것을 예술 또는 예술적 행위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연주 프로그램은 항상 독창적이고 일반인들이 상상할 수 없는 그런 프로그램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정기연주회라는 말을 싫어합니다. 항상 정기적으로 한다는 것은 너무 평범한 것이지요. 연주회는 언제나 새로움과 기대로 가득 차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선곡 된 작품은 이미 전체의 구도 속에서 어느 곳에 위치 해야하는지 결정되어 있습니다. 저는 항상 프로그램을 염두 해 두고 새로운 곡들을 찾아 해외 출판사들을 찾아 다닙니다. 물론 인터넷 상이지요. 새로운 곡들을 발견하면 구입하여 공부한 후 머리 속에 입력하여 어떤 주제의 프로그램을 만들려고 할 때 이미 알고 있는 곡들을 끄집어 내어 원하는 프로그램에 위치 시킵니다. 세세한 작업은 먼저 작곡가에 대하여 공부를 합니다. 어느 나라 출신인지 어디서 공부를 하였는지, 무엇에 영향을 받았는지를 세밀하게 살펴봅니다. 작품은 작곡가의 삶에서 나오기 때문이죠. 그리고 피아노로 연주해 보기도 하고 음원이 있으면 들어 보기도 합니다. 음원은 최대한 많은 연주들을 들어 보고 비교 분석합니다. 연주자의 의무는 작곡가가 원하는 것을 알아내고 그것을 재현하는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의 개인적 생각보다는 최대한 작곡가의 의도를 따라가려고 합니다. 표현성의 확인은 연습 때의 녹음을 통하여 확인합니다. 자신의 연주를 들을 때 가장 힘들죠. 그래도 이 과정이 없으면 객관성을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4. 악보를 연구할 때 어느 면을 더 비중 있게 보고 있고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악보는 매우 독특한 존재입니다. 음악의 존재론적 측면으로 볼 때 악보가 음악인지, 아니면 소리가 음악인지 말하기 싶지 않습니다. 악보만 보고 음악을 떠올릴 수 있다면 악보 그 자체도 음악이 되지요. 그러나 그런 능력을 가진 사람이 많지는 않습니다. 음악학자 프레드릭 도리안은 악보는 해석을 통하여 생명을 갖는다.”라는 말을 남깁니다. 죽어 있는 듯 보이는 블랙 앤 화이트인 악보는 연주자의 해석을 통해서만 생명을 갖게 됩니다. 저에게 음표는 살아있는 생명체로 보입니다. 유학시절 악보가 살아서 떠올라 내 호흡으로 빨려 들어오는 경험을 한적이 있습니다. 상상이지만 그 후로 음표들과의 대화가 가능해졌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똑같지 않은 것처럼 모든 음표들은 각각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음을 보게 되었습니다. 악보는 내비게이션지도가 아니라 보물섬에 나오는 비밀지도라고 생각됩니다. 정확하게 해석하는 자만이 그 비밀을 찾을 수 있는 것이지요.

 

5. 이번에는 리허설 테크닉에 대해서 듣고 싶습니다. 연습 전 발성은 무엇을 어떻게 하고 곡 연습 중에 가장 강조하는 것은 무엇이고 어느 면에 비중을 두고 음악을 만드십니까

 

발성 연습은 합창단에 따라 다릅니다. 일반적으로 아마추어들은 평상시에 노래를 하지 않기 때문에 음악적 발성 상태로 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그러나 프로 성악가들은 항상 준비되어 있기 때문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보이스에는 두가지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Speaking VoiceSinging Voice입니다. 말하는 구조와 노래하는 구조는 상이한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비전공자들은 말하는 구조가 가장 익숙해 있기때문에 말하는 것처럼 노래를 하게 되지요. 그러나 전공자들을 노래하는 구조, 즉 더 공명이 잘 되는 구조로 노래를 하기 때문에 더 풍성한 소리를 내게 됩니다. 발성 연습은 Singing Voice 의 구조로 변화시키는 작업이라고 생각됩니다. 제가 가장 먼저 중점으로 두는 것은 음정입니다. 음정이 맞지 않는다면 그 다음에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음치라는 말이 있죠. 음을 맞출 수 없다면 음치입니다. 음정 연습에 많은 시간을 보냅니다. 성대로 음정을 만드는 것은 놀라운 테크닉입니다. 음정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보이지 않아서 성악가들의 고민이 많습니다. 합창단원들이 음정이 성대에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잘 이해 한다면 좋은 하모니를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다음에는 음악적 표현을 완성시키는데 집중하게 됩니다.

 

 

6. 작품성격이나 성향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시대 연주양식이나 해석법을 어떻게 해석에 적용하십니까?

 

아주 중요한 질문인 것 같습니다. 제가 번역한 합창음악- 역사, 양식, 그리고 연주관습(예솔)’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이 책은 르네상스부터 현대까지 시대별 음악 역사적 배경과 연주 관습에 관하여 기술한 아주 훌륭한 책입니다. 시대별 연주 관습은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이미 말씀드렸지만 연주자의 의무는 작곡가의 의도를 전달하는데 있습니다. 한 시대의 작곡가는 자신이 속한 그 시대의 예술적 성향을 반영할 수 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천재 작곡가들은 그 다음 세대를 만들어 가지만요. 그래서 역사는 매우 중요합니다. 역사는 사람들이 만들어가고 예술의 역사는 그 시대 사람들이 무엇을 좋아했는지를 알게 해 줍니다. 한 시대에 속한 예술가들도 비슷한 생각을 공유하기도 하지만 각각 다른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기도 합니다. 그래서 보통 우리가 얘기하는 한 시대의 연주 관습을 그 시대의 모든 작품에 적용하기는 어렵습니다. 한 작곡가도 초기, 중기, 말기 등 많은 변화가 있기 때문이지요. 지휘자는 자신이 하고자 하는 표현에 대하여 그 이유를 개인의 취향이 아니라 학문적으로 분명히 알고 있어야 합니다.

 

7. 해석을 주관적으로 하십니까? 아니면 객과적으로 하십니까? 아니면 절충하십니까? 그리고 기존의 CD, DVD, LP 등의 음악 자료들을 해석에 어떻게 참고 하십니까?

 

말씀드렸 듯이 해석은 작곡자의 의도를 파악하여 객관 타당한 상태로 접근하지만 작곡가 본인이 아니고서는 완벽한 재현은 불가능하지요. 아마 작곡자 자신도 똑같은 연주를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지요. 이것이 음악이 가지고 있는 독특성이라고 생각됩니다. 음악은 닫힌 공간이 아닌 열린 공간에 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당연히 개인적인 음악적 취향이 결부되기 마련입니다. 내가 객관적으로 접근한다해도 나의 색깔과 나의 소리가 분명하게 남아있게 마련인 것 같습니다. 원하기는 작곡가가 내가 하는 연주를 만족해 해 주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박사학위 논문을 베르디의 레퀴엠의 해석에 관하여 썼습니다. 프래이징과 템포를 중심으로 분석을 하였지요. 이때 5명의 명지휘자들의 음반을 분석하였습니다. 토스카니니, 쥴리니, 솔티, 아바도, 가디너의 레퀴엠을 분석한 결과 매우 상이한 결과를 얻었습니다. 베르디는 1악장의 템포 지시가 안단테 4분음표 80이었습니다. 그러나 분석결과 44-72 사이에 있었음을 보고 매우 놀라워했습니다. 베르디는 자신의 템포 지시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작곡가였습니다. 그리고 빠른 템포를 좋아했지요. 레퀴엠의 시작을 안단테80으로 시작하는 작곡가들은 하나도 없습니다. 베르디의 의도를 대가들도 몰랐던 거죠. 베르디 당대의 지휘자인 토스카니니만 72로 거의 근접했습니다. 그 후 기존의 음반을 참조하되 100% 의존해서는 안된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작곡가의 의도를 먼저 파악하고 연주 음반을 비교 분석하여 객관적인 검증의 절차를 항상 거쳐야 할 것입니다.

 

8. 연습 상태 (연습한 음악)가 어떻게 되었을 때 연주회 무대에 올리십니까?

 

항상 희망은 120% 완성되었을 때 올려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연주 당일이 되면 2틀만 더 있었으면 합니다. 완벽한 준비가 과연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완벽하다고 생각하고 무대에 올리지만 실수가 있기도 하거든요. 예술의 목적은 표현에 있다고 생각됩니다. 굴러다니는 돌덩이는 가치가 없지만 예술가가 그 돌에 표현을 만들었다면 엄청 가치 있는 예술작품이 되듯이 음정 박자만 맞았다고 예술작품이 되지는 않습니다. 음표 하나하나에 표현을 만들어야 하지요. 참으로 어려운 작업입니다. 그 많은 음표에 원하는 표현을 만들어내는 일은 많은 시간이 걸리는 고통스러운 작업이지요. 단원들이 그 고통을 기쁨으로 여기며 함께 만들어간다면 시간이 단축되지만 그렇지 않다면 지휘자와 단원 모두가 고통의 시간이 될 수 있습니다. 음악적 소리는 어떤 표현을 가지고 있는 소리 인가로 이해해야 합니다. 수많은 레가토와 수많은 마르카토와 스타카토가 있습니다. 그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것이지요. 수많은 포르테와 수많은 피아노가 있습니다. 그 중에 이 곡에 많은 다이내믹을 고르는 일은 매우 심오한 일입니다. 각 음표에 적절한 표현이 만들어졌을 때 무대에 올려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9. 지휘자로서 추구하는 최고의 합창 미학은 어떻게 만들어진 음악이고 그 예가 될만한 합창단이 있다면?

 

잘하는 솔리스트들이 많이 있지만 그들과 함께 합창을 만들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인 생각으로 솔로 보다 합창이 더 어렵지 않나 생각도 해 봅니다. 세계적인 피아노 반주자인 헬무트 도이치는 피아노 솔로 보다 반주가 더 어렵다고 한 말을 기억합니다. 이 말은 앙상블을 할 때 해야하는 것들이 있다는 말이죠. 솔로는 자신이 결정하여 연주하면 되지만 합창은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을 내려놓고 지휘자의 지시와 동료들과의 호흡을 일치시키며 매우 조심스럽게 해야합니다. 합창자의 본성은 타고나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솔로 성향이 강한 사람은 함께하는 것을 매우 힘들어합니다. 시립합창단에 솔로 성향이 너무 강한 성악가가 들어오면 자신 뿐만 아니라 모두가 힘들어지는 것을 종종 보게 됩니다. 최고의 합창은 앙상블의 의미를 이해하고 자신의 소리를 조절하는데 서 나옵니다. 그 소리의 조절은 최고의 보컬테크닉에서 나오게 됩니다. 세계에 이런 합창단은 많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베르니우스의 슈트트가르트 챔버콰이어, 가디너의 몬테베르디 콰이어, 해리 크리스토퍼의 더 식스틴, 토누 카류스테의 이스토니안 챔버콰이어, 폴 힐리어의 힐리어드 앙상블 등의 전문 합창단들입니다.

 

10. 가장 영향을 받은 지휘자는 누구이고 합창 지휘는 자신에게 어떤 의미를 갖고 있고 합창단에는 무슨 의미를 주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합창지휘자는 아니지만 카를로스 클라이버를 제일 좋아합니다. 어렸을 때 그의 지휘를 보고 얼마나 감동을 받았는지 모릅니다. 정말 몸짓으로 음악의 어떠함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요. 특히 베토벤 7번은 명반 중의 명반이죠. 워낙 완벽주의 성격이라서 자기가 100% 이해하지 않는 악보는 연주 하지도 않죠. 지독하게 연습을 세밀하게 시키지만 지휘할 때의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릅니다. 합창지휘자로는 폴 힐리어(Paul Hillier)를 존경합니다. 초기 음악과 현대음악에 대한 관심도 비슷하고 음악학자의 역량을 가지고 있어 그의 순결한 해석은 감탄을 자아냅니다.

 

합창의 철학은 서로에 대한 관심인 것 같습니다. 합창은 혼자서 할 수 없는 분야지요. 서로에게 집중하지 않으면 될 수 없는게 합창입니다. 점점 고립되어가는 개인주의 사회인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한 게 서로에 대한 관심이라면 합창만큼 좋은 게 없다고 생각됩니다. 이런 면에서 저는 합창지휘자가 된 것을 정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저는 우리나라의 많은 합창단들이 이런 합창음악의 철학을 깊이 공유한다면 사회의 정화조 역할을 담당하여 더 없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조익현

서울 음대 작곡과(이론전공) 졸업

서울 음대 대학원 음악학과 졸업

노스 텍사스(University of North Texas) 합창지휘과 박사과정 졸업

협성대학교, 장신대학교 겸임교수 역임

서울대, 연세대, 한예종, 한국교원대학교, 서울시립대, 숙명여대, 중앙대, 전남대, 서울장신대, 성결대, 수원대 , 계원예고 강사역임

음악평론가 (객석 서양음악평론부문 당선)

안양시립합창단, 고양시립합창단, 광주시립합창단, 부천시향 객원지휘

현 부천시힙합창단 상임지휘자

()행복나무플러스 필하모닉오케스트라 및 합창단 예술총감독 겸 이사

현 서울싱잉커플즈, 서울센트럴남성합창단, 온누리교회 지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