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회 서울 국제 타악기 음악 페스티벌

-감동과 열기가 넘친 축제-

글/김규현(前 한국음악비평가협회 회장·작곡가)

 

세계 최고의 연주자·앙상블 참여

전례가 없는 폭염에도 불구하고 제5회 서울 국제 타악기 음악 페스티벌(예술감독: 박광서)의 연주회 열기는 대단했다. 폭염이 극에 달하는 와중이었다. 7월 24일부터 27일까지 한국예술종합학교 KNUA홀에서 4일간 열렸다. 헝가리 출신의 4인조 앙상블 Amadinda 타악기 그룹 연주회와 세계적인 타악기 주자 네 사람, 즉 중국계의 이핑양(Yi-ping yang), 일본의 모모코 카미야(Momoko kamiya), 스웨덴의 마르쿠스 레오손(Markus Leoson), 키에프의 안드레이 푸쉬카레프(Andrei pushkarev) 등의 독주회가 있었다. 물론 주최국의 서울 타악기 앙상블 연주회도 있었다. 개막 연주회(24일)는 서울 타악기 앙상블이 했고 네 번의 초청 독주회 그리고 폐막 연주(27일)로 Amadinda 타악기 그룹이 했다. 6번의 연주회와 4번의 master class가 있었다. master class는 주로 현대 연주 테크닉과 새로운 연주법 연구 등이 강의되었다. 연주곡은 창작곡 (김신웅 「노리」) 한 곡을 포함해 총 43곡이 연주됐다. 서울 국제 타악기 음악 페스티벌(이하 페스티벌)은 국내 유일의 타악기 국제 음악 축제다. 격년제로 열린다. 이번 페스티벌은 6개국에서 연주자들과 앙상블이 참여해서 열렸다. 높이 살만 했던 것은 페스티벌이 포퓰러리즘에 치우치지 않고 순수 타악기 음악의 진면모를 보여준 점이다. 특히 현시대에 맞게 현대 작품 연주 중심이었던 것은 시기 적절해보였다. Gene Koshinski의 ‘Ⅱ Dance of the drum’, Casey cangelosi의 ’ plato`s cave’, steve reich의 ‘sextet’, ‘mallet Quartet’, John cage의 ‘Third construction’, I. xenakis의 ‘Rebounds’ 등등이 그 좋은 예다. 페스티벌 전체 구성도 짜임새가 있어보였고 workshop식 master class는 타악기 연주의 본질접근을 구체적으로 논의되었다는 면에서 페스티벌 의미가 매우 커보였다.

해석을 뛰어 넘은 四人四色의 주자와 Amadinda 연주

개막 연주를 한 서울 타악기 앙상블의 연주회는 연주 구성이나 해석 접근이 구체적이고 탄력성있게 표현 접근을 잘했다. 특히 연주곡 선택이 신선했다. Gene Koshinski의 ‘Ⅱ Dance of the drum’과 Casey cangelosi의 ’ plato`s cave’의 기발한 idea의 창작을 기가 막히게 잘 살려 만든 연주는 감동 주기에 충분했다. 앙상블 멤버와 이중주(duo)를 한 박광서 감독의 탄력성 있고 에너제틱하고 독특한 연주는 타악기 음악의 새로운 연주 면모를 보여주었다. 유일하게 연주된 창작곡 김신웅의 ‘노리’는 작품성도 있고 무난해보였다. 재연의 가치성도 갖고 있는 쓸 만한 곡이다. ‘노리’연주도 구체적이고 절도 있게 잘했다. 4일간의 4명의 독주자들의 연주는 그야말로 四人四色의 면모를 보여준 아주 신선한 자리였다. 인성(人聲)과 연기를 구사하며 이색적인 연주 모습을 보여준 이핑양, 몸짓으로 노래를 불러 주는 듯한 우아한 연주 면모의 일본 주자 모모코 카미야(Her performance looks like a dancer), 구도자 같은 면모를 보여준 스웨덴의 마르쿠스 레오손, 그리고 비브라폰(vibraphone) 연주의 마술사 키에프의 아드레이 푸쉬카레프 등이 그들이다. 이들의 연주는 동일한 곡도 없었지만 해석접근과 표현접근이 전혀 달랐다. 이핑양, 카미야, 푸쉬카페프 등은 재해석적인 측면접근이 많은 반면 레오손은 객관적인 해석에 더 충실한 연주를 했다. 연주와 함께 퍼포먼스를 보여준 이핑양 연주는 상당히 직관적인 면모를 보여주었다. 연기도 돋보였다. 그러나 그녀의 연주 구성이나 연주력은 상당히 높지만 짜임새가 있는 치밀한 해석 접근이 필요해보였다. 무생물체인 타악기를 노래하게 하고 생명체를 부여한 카미야 연주는 터치(touch)가 섬세했고 음악 만듦의 해석력은 높이 살만했다. 그녀의 자연스런 연주가 듣기 좋았다. 이번 페스티벌에서 놀라운 연주자를 만났다. 프로그램 전곡(9곡)을 암보 연주했다. 그것은 독주곡이 아닌 여러 악기를 위한 곡이다. 스웨덴 연주자 마르쿠스 레오손이 그다. 그의 연주 구성은 튼튼하고 해석이 치밀했다. 표현접근도 구체적이었다. 각곡마다 연주 양식을 달리했다. 연주곡들이 주로 현대곡이라는 면에서 신선했고 그의 해석접근도 높이 살만했다. 특히 제나니키스(Xenakis)의 ‘Rebounds’는 난해한 곡인데도 암보로 완벽에 가깝게 연주했다. 구도자의 면모도 보여주었고 최고의 연주자라는 것도 실감했다. 타악기 음악 해석의 표준을 보여준 좋은 자리였다. 이 반면에 주로 낭만곡들을 연주한 키에프의 푸쉬카레프 연주회는 연주곡들은 구태의연해 보였지만 비브라폰 독주만으로 악기를 노래하게 한 그의 연주력은 대단했다. 독주만으로 한 시간 넘게 청중들을 사로잡은 것은 그의 감정이입과 좋은 해석력에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재즈, 탱고(piazzda), 마주르카, 바로크 바흐 인벤션, 엘레지 등 다양한 양식의 음악을 타악기 버전으로 보여주었다. 역시 전곡을 암보 연주한 그는 타악기 연주의 달인이라고 할 수 있겠다. 네 연주자가 동일한 타악기 주자들인데도 불구하고 연주 스타일이 전혀 다르고 개성도 달랐다. 이 네 연주자들은 페스티벌의 백미였다. 차별성 있게 최고의 타악기 음악의 진수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폐막 연주를 한 Amadinda 타악기 그룹 연주회(27일)은 타악기 음악의 대잔치였다. 역시 암보로 연주했다. 무대 위에 많은 악기를 깔아 놓고 4인의 주자들의 연주는 해석을 뛰어 넘은 신비의 살아 있는 연주였다. 작곡가들을 재생한 것이다. 클라이슬러의 서정성을, 드뷔시의 신비한 인상주의 뉘앙스를, 조플린(Joplin)의 Rag time Jazz를, 스티브 라이히의 미니멀 음악(minimal music) 등을 타악기 비전으로 만들어 냈다. 특히 마지막곡인 otea의 ‘Tahiti’, 연주는 국내의 사물놀이를 연상케 했다. 아마딘다 연주회는 타악기 음악 연주의 새로운 해석의 가능성도 제시해준 의미 있는 좋은 자리였다. 타악기 음악의 미학은 종적인 것이 아니라 횡적인 음(音)의 생명체라는 것이 그것이다.

세계가 공유하는 국제적인 페스티벌을

이번 서울 국제 타악기 음악 페스티벌은 세계 타악기 음악의 흐름을 한 눈으로 볼 수 있는 생산적인 좋은 자리였고 한국 타악기 음악역사를 새롭게 쓴 의미 있는 자리이기도 했다. 페스티벌이 추구해야 될 것 몇 가지는 첫째, 타악기 음악의 본질접근과 세계화를 해가는 일이다. 타악기 음악 미학은 무엇이고 국내 타악기계가 어떻게 세계화 내지 국제화를 해 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나 물음이 그것이다. 두 번째는 페스티벌의 정체성 수립을 해가는 일이다. 목표가 분명해야 하고 페스티벌 모습이 구체화되어야 한다. 세 번째는 전국적인 축제로 한국 타악기 음악 대축제를 만들어가는 일이다. 전국 체전 마냥 전국 타악기 앙상블들과 타악인들이 똘똘 뭉쳐 축제를 만들어 가는 일이다. 물론 전국의 타악인들의 협조와 재정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가능할 수 있기는 하다. 그러나 시작이 반이 된다. 우리나라에 이런 국제적인 타악기 음악 축제가 있다는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다. 일반 기악 음악에 비해서 소외감이 있기는 하지만 페스티벌을 통해서 활성화 해가야 한다. 이런 면에서 페스티벌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고 귀한 존재다. 끊임없이 국내 타악기 음악계에 질문을 던지고 발전의 계기를 만들어가고 있는 페스티벌은 기대가 크다. 주최측은 사명감을 갖고 헌신하는 마음으로 페스티벌을 만들어 가야 한다. 예술감독 박광서의 헌신적인 노력이 국내 타악기 음악계가 국제적인 면모를 갖추게 된 것은 자랑스럽다. 앞으로 페스티벌(IPMFS)이 국내는 물론 세계 타악기 음악의 산실과 선구자(先驅者)가 되어 세계가 공유하는 페스티벌이 될 것을 기대해보겠다.